
철분만 챙기면 끝일까?
실제로 빈혈 관리는 철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타민B12와 엽산은 적혈구 성숙을 돕고, DNA 합성과 신경 기능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오늘은 B12와 엽산이 왜 중요한지, 건강검진 수치를 어떻게 읽고 식단과 보충제는 어떻게 선택할지 정리합니다.
비타민 B12와 엽산의 역할
1️⃣비타민 B12
비타민 B12는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건 혈액 생성이에요. B12가 부족하면 적혈구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해 거대적혈모구빈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신경 건강입니다. 신경을 감싸는 보호막(수초)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부족하면 손발 저림이나 균형감 저하 같은 신경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지 기능과도 연결돼 있어서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같은 문제와 연관되기도 합니다.
2️⃣엽산
엽산 역시 혈액 생성에 꼭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DNA 합성과 세포 분열에 관여해 새로운 적혈구가 만들어지도록 돕습니다.
특히 임신부에게는 필수인데, 임신 전과 초기에는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기 위해 엽산 권장량을 반드시 채워야 합니다.
엽산은 채소, 과일, 콩류에 풍부하지만 조리 과정에서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식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건강검진에서 보는 수치
1️⃣비타민 B12
정상 범위: 보통 200 ~ 900 pg/mL (≈148 ~ 665 pmol/L)
- 200 미만이면 결핍 가능성이 높습니다.
- 200~300 구간은 경계 단계라 증상이 있으면 추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300~400이라도 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단순 수치보다 증상 확인이 중요합니다.
2️⃣혈청 엽산 (Serum Folate)
정상 범위: 약 3 ~ 20 ng/mL (≈7 ~ 45 nmol/L)
혈액 속에 떠다니는 엽산 양을 보는 검사로, 최근 섭취한 음식이나 보충제 영향에 따라 변동이 큽니다.
수치가 낮게 나오면 엽산 부족 가능성이 높지만, 정상이라고 해서 장기적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주로 확인하는 수치가 바로 혈청 엽산입니다.
3️⃣적혈구 엽산 (RBC Folate)
정상 범위: 약 150 ~ 600 ng/mL (검사실마다 다를 수 있음)
적혈구 안에 저장된 엽산 양을 보는 검사라 최근 몇 달간의 엽산 상태를 반영합니다.
장기적인 영양 상태를 확인하는 데 더 유용하지만, 일반 검진에서는 잘 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추가 검사합니다.
- 비타민 B12는 혈액과 신경, 인지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
- 엽산은 혈액 생성과 태아 발달에 꼭 필요
- 검진에서는 보통 혈청 엽산만 보고, 필요하면 적혈구 엽산 검사를 추가
- B12는 200 미만이면 결핍 가능성이 크고, 엽산은 3 미만이면 부족 가능성이 높음

비타민 B12와 엽산이 부족하면?
두 영양소가 부족하면 가장 먼저 빈혈 증상이 나타납니다. 창백해지고, 숨이 차고, 어지럽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증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 피곤함과 집중력 저하 → 충분히 쉬어도 개운하지 않고 일상 능률이 떨어집니다.
- 신경 증상 →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고, 심하면 균형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인지 변화 → 기억력이 떨어지고 멍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소화 관련 → 입안이 헐거나 식욕이 줄고, 혀가 아픈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왜 부족해질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식습관부터 질환, 약물 복용까지 다양하죠.
- 식습관: 장기간 채식 위주로 먹으면 B12가 부족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채소를 적게 먹으면 엽산이 모자라기 쉽습니다.
- 흡수 장애: 위축성 위염, 위 절제 수술 이후, 장 질환(예: 크론병, 셀리악병)이 있으면 흡수가 잘 안 됩니다.
- 약물: 위산 억제제나 메트포르민은 B12 흡수를 방해할 수 있고, 메토트렉세이트나 일부 항경련제는 엽산 대사에 영향을 줍니다.
- 임신과 수유: 엽산 요구량이 급격히 늘어나 부족하기 쉽습니다.
- 고령: 나이가 들면서 위산이 줄고 내인자가 부족해져 B12 흡수가 떨어집니다.
- 과음: 술을 자주 마시면 영양소 섭취도 줄고, 흡수도 방해받습니다.
식단으로 채우는 방법
보충제를 먹기 전에 먼저 식단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B12 좋은 음식: 소고기, 양고기, 간, 고등어, 연어, 참치, 조개류, 달걀, 우유와 같은 유제품
- 엽산 좋은 음식: 시금치, 케일,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아보카도, 콩, 감귤류, 해바라기씨
- 강화 식품: 일부 시리얼이나 빵, 두유에는 B12나 엽산이 강화되어 있으니 라벨을 꼭 확인하세요.
보충제가 필요할 때
식단만으로 부족하다면 보충제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권장량: 성인 기준 B12는 하루 2.4 mcg, 엽산은 400 mcg DFE. 임신부는 B12 2.6, 엽산 600 DFE, 수유부는 B12 2.8, 엽산 500 DFE가 필요합니다.
- 상한 섭취량: 합성 엽산은 하루 1000 mcg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음식에 들어 있는 천연 엽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B12 보충: 보통은 경구용(정제나 설하)으로 충분하지만, 흡수 장애가 있으면 주사로 맞기도 합니다.
- 엽산 보충: 임신 전과 임신 초기에는 반드시 권장량을 충족해야 합니다. 신경관 결손 예방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철분과의 연관성
많은 분들이 “빈혈 = 철분 부족”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철분이 부족하면 작은 적혈구가 만들어지는 소형 적혈구성 빈혈이 생기고,
B12나 엽산이 부족하면 적혈구가 커지는 거대적혈모구빈혈이 생깁니다.
게다가 철분, B12, 엽산이 동시에 부족하면 수치가 서로를 가려서 정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철분, B12, 엽산은 항상 함께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례
40대 직장인 A씨는 위염 때문에 위산 억제제를 오래 복용했습니다.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B12 수치가 190 pg/mL로 낮게 나왔고,
평소에도 피로가 심하고 손발 저림이 있었습니다.
상담 후 식단에 어패류와 살코기, 강화 우유를 추가했고
단기적으로 보충제를 병행했습니다. 약물 복용도 조정했죠.
3개월 뒤 증상이 호전되고 수치도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습니다.
이 사례처럼, 단순히 “피곤하니까 철분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꼭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맞춤 관리가 필요합니다.
FAQ
Q1. 비건인데 꼭 보충제가 필요할까요?
네, 장기간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으면 B12 결핍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B12 보충제를 섭취하세요.
Q2. 엽산은 많이 먹을수록 좋은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음식으로 먹는 천연 엽산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합성 엽산 보충제는 하루 1000 mcg 이상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신이나 수유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Q3. 피곤하면 일단 철분제부터 먹어도 되나요?
권장되지 않습니다. 피로의 원인은 다양하고, 철분이 아니라
B12나 엽산이 부족해서 생긴 빈혈일 수도 있습니다.
CBC, 페리틴, B12, 엽산 검사를 통해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무리
빈혈은 단순히 철분 부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철분, 비타민 B12, 엽산은 함께 적혈구를 만들고
건강한 혈액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 검진표에서 CBC, 페리틴, B12, 엽산 수치를 함께 확인하세요.
- 식단으로 동물성 단백질과 해산물, 잎채소와 콩류를 챙기세요.
- 증상이 있거나 수치가 경계 구간이라면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받으세요.
- 비타민 B12: 200 ~ 900 pg/mL (200 미만 결핍 가능성)
- 혈청 엽산: 3 ~ 20 ng/mL (3 미만이면 부족 가능성)
- 적혈구 엽산: 150 ~ 600 ng/mL (장기 상태 반영)
참고 자료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Micronutrient deficiencies – Vitamin B12 and Folate.
-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Vitamin B12 & Folate Fact Sheets.
-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 – 영양소 정보.
- 대한영양사협회, 영양소 기초 지침.